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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심장

1화: 마지막 슬레이어

2026년 3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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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는 불을 무서워한 적이 없었다.

어릴 적 마을에 화재가 났을 때 다들 도망쳤지만 아리아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갇혀 있는 아이를 꺼내고 나왔을 때 옷이 탔지만 피부는 멀쩡했다. 그때는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열일곱 살에 처음 검을 잡았을 때도 이상한 일이 있었다. 바위를 내리쳤더니 바위가 반으로 갈라졌다. 스승도 자신도 둘 다 말이 없었다.

스물셋이 된 지금, 아리아는 드라코 산맥의 북쪽 끝자락에 있는 작은 마을 여관 한 켠에 앉아 검을 닦고 있었다. 비가 왔다. 창문에 빗방울이 맺혔다가 흘러내렸다.

문이 열렸다. 젖은 여행자들이 들어왔다. 소란스러워졌다. 아리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중 한 남자가 아리아의 테이블 앞에 멈췄다.

키가 컸다. 검은 외투가 빗물에 젖어 있었다. 얼굴은 외투 모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비어있는 의자입니까."

"앉고 싶으면 앉아요."

남자가 앉았다. 모자를 벗었다. 30대 초반처럼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눈빛이 이상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눈빛이었다. 너무 많은 것을 본 사람의 눈이었다.

"아리아라고 하죠."

아리아는 손을 멈췄다.

"아는 사람이에요?"

"아니요. 그냥 들었습니다."

"뭘요."

"드래곤 슬레이어 가문의 마지막 사람이 이 근방에 있다고."

아리아는 검을 내려놓았다. 눈이 좁아졌다.

"그 이름은 어디서 들었어요."

남자가 대답하기 전에 여관 문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갑옷을 입은 남자 셋이었다. 태양신 솔라스의 문장이 가슴에 새겨진 갑옷이었다.

아리아는 그것을 보자 조용히 손을 검 손잡이 위에 올렸다. 신전 기사들이었다. 그들이 왜 자신을 찾는지 아리아는 이미 알고 있었다. 드래곤 슬레이어 가문은 솔라스 신전이 멸문시킨 가문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자신을 찾는 것도 아마 신전이 제일 열심이었다.

기사 하나가 여관 안을 훑다가 아리아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옆에 앉은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

"일어서세요. 창문으로."

"당신은 뭔데요."

"지금 그걸 따질 시간이 없어요."

기사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리아는 검을 들고 일어났다. 남자가 먼저 창문 쪽으로 가더니 손 하나를 창문에 댔다. 창문 유리가 서리처럼 희게 변했다가 조용히 사라졌다.

마법이었다. 그것도 단단한 유리를 저항 없이 사라지게 만드는.

"누구냐."

기사 한 명이 소리쳤다.

남자가 아리아를 봤다.

"늦으면 안 돼요."

아리아는 한 박자 망설이다 창문 밖으로 뛰었다. 남자도 따라 나왔다. 빗속으로 뛰면서 아리아가 물었다.

"이름이 뭐예요."

"볼칸."

아리아는 그 이름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왜인지 낯설지 않았다.

"저를 왜 도와요."

볼칸이 달리면서 대답했다.

"당신 아버지를 알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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