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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검황전

1화: 회귀한 천마

2026년 3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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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고요했다.

아무 소리도 없었다. 아무 감각도 없었다. 그저 어둠 속에 의식만이 떠 있었다. 한이검은 그것이 죽음이라는 것을 알았다. 오십 년 검을 잡았던 손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천하제일검이라 불리던 이름이 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흑룡의 검이 자신의 가슴을 꿰뚫던 순간이 떠올랐다.

스승이었다. 그 사람이 스승이었다. 삼십 년을 함께하며 검을 가르쳐 주었고, 외로운 밤이면 술을 나눠 마셨으며, 진정한 강함이란 무엇인가를 깨달음으로써 가르쳐 주던 사람이었다. 그런 흑룡이 마지막 순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검아. 네가 너무 강해져서 말이다."

그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

한이검은 웃었다. 어둠 속에서, 이미 죽어버린 몸으로.

강해져서 죽는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둠이 걷히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천천히, 눈앞에 빛이 새어 들어왔다. 차가운 공기가 코를 스치고, 낯익은 냄새가 폐를 가득 채웠다. 젖은 흙냄새, 소나무 수지 냄새, 그리고 멀리서 풍겨오는 먹물 냄새.

눈을 떴다.

낡은 천장이 보였다. 나무로 지어진 소박한 방의 천장, 군데군데 그을음이 진 서까래. 몸을 일으키려 했을 때, 한이검은 자신도 모르게 멈칫했다.

몸이 가볍다.

터무니없이, 말도 안 되게 가벼웠다. 오십 년간 쌓아온 내력이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손을 들어 눈앞에 가져다 댔다. 굳은살 하나 없이 매끄러운, 작은 손이었다.

열다섯 살의 손이었다.

한이검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기억이 쏟아졌다. 이 방이었다. 이 냄새였다. 사숙 어른의 서재 옆 작은 방,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루 종일 청소만 시키던 그 시절의 방. 삼십 년 전이었다.

"이검아, 일어났느냐?"

문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 목소리를. 그 목소리를 한이검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담담하고 깊은 울림, 온 세상의 무게를 다 짊어진 것처럼 언제나 조금 피곤해 보이던 목소리.

스승 어른이었다. 흑룡이 아니었다. 한이검에게 처음 검을 가르쳐 준, 진짜 스승의 목소리였다.

한이검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스승 어른은 삼십 년 전 흑룡의 음모에 희생되었다. 독이 든 술에 의해 조용히 죽어갔고, 그 죽음은 병사로 위장되었다. 당시의 한이검은 너무 어리고 약했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달랐다.

"예, 스승 어른. 일어났습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맑게 울렸다. 열다섯 살의 목소리였다. 한이검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먹을 쥐었다. 매끄러운 손바닥 안에서 손마디가 희어지도록 힘을 주었다.

삼십 년 전으로 돌아왔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이검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스승 어른은 아직 살아있다. 흑룡은 아직 독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은 오십 년의 기억을 가진 채, 열다섯 살의 몸을 갖게 되었다.

내력은 아직 약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열다섯 살의 육체는 반백 년의 내공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경험은 달랐다. 수천 번의 검로, 수만 번의 대련, 한 번도 틀린 적 없는 기세의 흐름을 읽는 눈. 그것들은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문이 열리고 스승 어른이 들어섰다. 백발에 가까운 머리카락과 깊이 패인 눈가의 주름, 그러나 눈빛만큼은 별처럼 선명한 노인이었다. 한이검은 그 얼굴을 보자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울지 않았다. 오십 년을 살아온 사람이 울기엔 너무 많은 것을 보았다.

"밥은 먹었느냐?"

스승 어른이 물었다.

"아니요."

"그럼 먹고 나서 검을 들어라. 오늘부터 기초 검형을 다시 잡아줄 터이니."

다시. 스승 어른은 다시라고 말했다. 한이검은 잠시 그 단어를 음미했다. 그래,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이번엔 실수하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대답하고 일어서는 순간, 한이검은 한 가지 결심을 굳혔다.

흑룡이 독을 쓰기 전에 막는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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