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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1화: 입장

2026년 3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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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부터 달랐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땀과 피와 콘크리트가 섞인 냄새가 짙어졌다. 장태산은 계단 한 칸씩 밟으며 그 냄새를 맡았다. 처음 느끼는 냄새가 아니었다. 아프가니스탄 전지에서, 이라크의 좁은 골목에서, 소말리아 해안가 창고에서 맡아봤던 냄새였다. 폐쇄된 공간, 거기 모인 사람들, 그리고 폭력.

계단 끝에 두 명이 서 있었다. 덩치가 컸다. 자연적으로 키운 근육이 아니라 주사로 만든 근육이었다. 뒷목에 핏줄이 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초대장."

오른쪽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태산은 코트 안주머니에서 명함 크기의 카드를 꺼냈다. 아무 글자도 없는 검은 카드였다. 남자가 카드를 리더기에 대자 작게 삐 소리가 났다. 남자가 뒤로 물러섰다.

문이 열렸다.

소음이 쏟아져 나왔다. 함성 소리, 음악 소리, 무언가 단단한 것이 충돌하는 소리. 태산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안으로 들어섰다.

공간은 생각보다 넓었다. 지하 2층짜리 창고를 개조한 곳이었다. 가운데에 링이 있었고 링 주변으로 수백 명이 촘촘히 들어차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 손에 술을 들고 링 위를 보고 있었다. 서양인, 동양인, 넥타이를 맨 사람, 문신이 가득한 사람, 다 있었다.

링 위에는 두 남자가 있었다. 한 명은 서 있었고 한 명은 쓰러져 있었다. 서 있는 사람이 쓰러진 사람의 몸통을 발로 밟았다. 심판은 없었다.

태산은 그것을 보면서 주위를 훑었다. 출구가 세 곳. 카메라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있겠지만 숨겨놨겠지. CCTV가 있으면 영업을 할 수 없는 곳이니까.

"처음 보는 얼굴이네요."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였다. 흰 가운을 걸친 30대 초반의 여자가 음료를 손에 들고 태산을 보고 있었다.

"첫방이라서요."

"저도 한눈에 알아봤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안달난 눈을 하고 있거든요. 흥분하거나 긴장하거나. 그런데 당신은 좀 달라요."

태산은 링 위를 봤다. 심판 없이 경기가 끝났다. 이긴 사람이 양손을 번쩍 들었고 관중들이 환호했다.

"뭐가 다릅니까."

"너무 차분해요. 마치 여기 오기로 오래전부터 결정해놓은 사람 같아요."

틀린 말이 아니었다. 태산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저는 박지수예요. 여기 의무팀이에요. 당신이 다음 경기에 나가는 거 맞죠?"

"어떻게 알았습니까."

박지수가 카드 리더기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초대장 색깔이 달랐어요. 검은색은 관전자, 붉은색은 참가자. 당신 건 붉은색이었어요."

태산은 손에 든 카드를 내려다봤다. 어두워서 몰랐는데, 불빛에 비추자 진한 붉은빛이 돌았다.

"조심하세요."

박지수가 말했다. 걱정하는 것도, 경고하는 것도 아닌 그냥 담담한 말투였다.

"여기선 죽어도 돼요. 규정에 그렇게 쓰여 있어요."

태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 경기를 위해 링 쪽으로 발을 옮기다가, 잠깐 멈추고 박지수를 봤다.

"제 동생 이름이 장태민입니다. 이 근처 어딘가에 잡혀있어요."

박지수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알아요."

"알고 있으면서 왜 말을 안 했습니까."

"당신이 물어보지 않았으니까요."

태산은 한 박자 멈췄다가 다시 걸었다. 링이 가까워질수록 함성 소리가 커졌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링이 생각보다 낡았다. 로프가 여기저기 닳아 있었다.

태산은 신발 끈을 묶으며 오른손을 펼쳤다 쥐었다 반복했다.

2년이 지났다. 동생을 찾는 데 2년이 걸렸다.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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