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혁의 사무실은 3평이었다.
그것도 건물주 눈치를 봐서 간신히 계약한 곳이었다. 간판은 없었다. 명함에는 그냥 최강혁 조사라고만 적혀 있었다. 의뢰인은 주로 입소문으로 왔다. 단골이 거의 없었다. 한 번 맡긴 사람들이 두 번째로 오는 경우가 드물었다. 결과가 나쁜 것이 아니라 결과가 너무 좋아서였다.
오늘 온 의뢰인은 40대 여성이었다.
"남편이 돈을 빼돌리고 있는 것 같아요."
강혁은 커피도 권하지 않고 메모지를 꺼냈다.
"증거는요."
"없어요. 그래서 찾아온 거잖아요."
"아들은요."
"열 살이에요. 왜요?"
"이혼하실 겁니까."
여성이 잠시 말이 없었다.
"모르겠어요."
"모르면 의뢰하지 마세요."
여성이 얼굴이 굳었다.
"무슨 뜻이에요?"
"증거를 찾으면 선택지가 사라집니다. 증거가 나오면 몰랐다는 말이 안 통하게 됩니다. 그걸 감당할 마음이 됐을 때 오세요."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문이 닫히고 강혁은 메모지를 구겼다. 이것도 이번 주 세 번째였다. 거절만 한다고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최강혁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나라고 해요."
젊은 여자 목소리였다.
"무슨 일이죠."
"경찰청 데이터베이스에 접근이 필요한데요. 전직 강력계 형사시라는 얘기를 들어서요."
강혁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런 일은 안 합니다."
"전직 파트너의 죽음에 대한 정보예요."
그 말에 강혁의 손이 멈췄다.
"김철수 경위 말하는 겁니까."
잠시 침묵이 있었다.
"아세요?"
"동기입니다."
"그럼 아실 거예요. 그분이 왜 죽었는지도 다 덮였다는 걸."
강혁은 창밖을 봤다. 신성시의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유전자 강화 약품 판매상들이 골목에 스탠드를 펴기 시작했다. 사설 보안 기업 아이언 실드의 순찰 드론 두 대가 빌딩 사이를 지나갔다.
"어디 있습니까."
"근처 카페에요. 오실 건가요?"
강혁은 낡은 코트를 집어 들었다.
"5분."
밖으로 나오자 네온사인 불빛이 쏟아졌다. 붉은빛이었다. 이 도시에서 붉은 것은 광고판뿐이었다. 그 아래를 걷는 사람들의 얼굴은 전부 피곤해 보였다.
철수가 죽은 건 3년 전이었다. 공식 사인은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강혁은 그때부터 경찰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동료의 죽음이 덮이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카페 유리창 너머로 혼자 앉은 여자가 보였다.
25세쯤 되어 보였다. 노트북을 앞에 두고 있었다. 강혁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오셨네요. 저 한나예요."
"왜 저를 찾았습니까."
한나가 노트북 화면을 돌려 보여줬다.
파일들이었다. 아이언 실드 내부 문서처럼 보이는 파일들이었다.
"김철수 경위가 이걸 갖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걸 찾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