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니메데의 아침은 어두웠다.
목성이 지평선 위에 떠 있었다. 거대한 줄무늬 행성이 하늘의 절반을 채웠다. 인류가 목성 위성 가니메데에 정착한 지 50년이 지났지만 그 광경에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하은은 그 중 한 명이었다.
지구를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꿈에서 봤다. 푸른 행성이 우주에 떠 있는 꿈을. 그 꿈이 실제 기억인지, 부모님에게 들은 이야기인지, 아니면 방주 프로젝트에서 복원한 데이터가 뇌에 흘러들어온 것인지 하은도 알 수 없었다.
"하은아, 오늘 발표 있잖아."
동료 태호가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연구소 식당 창가에서 바라보는 목성은 오늘따라 유독 컸다.
"알아."
"긴장 안 해?"
하은은 커피를 받으며 창밖을 봤다.
"긴장해."
"그래도 돼. 12년치 연구니까."
기억 방주 프로젝트. 지구 문명의 모든 기억과 기록을 디지털로 복원해 영구 보존하는 것이 목표였다. 지구가 소멸하면서 대부분의 데이터가 사라졌다. 생존자들이 들고 나온 기기와 개인 기억만이 남아있었다. 하은은 그것들을 수집하고 복원하고 재구성하는 일을 12년 동안 해왔다.
오늘은 가니메데 자치 의회에 프로젝트 2단계 예산을 요청하는 날이었다.
발표장은 차가웠다. 총독 레이든이 정면 중앙에 앉아 있었다. 60대의 남자였고 언제나 흰 제복을 입고 있었다. 레이든 양옆으로 의회 의원들이 앉아 있었다.
하은은 화면을 열었다.
"기억 방주 2단계 계획입니다. 1단계에서 수집한 지구인 43만 2천 명의 개인 기억 데이터를 토대로, 2단계에서는 지구의 도시, 자연, 언어, 예술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합니다. 이를 통해 미래 세대가 지구가 어떤 곳이었는지 실제로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발표 내내 레이든은 표정이 없었다.
하은이 발표를 마치자 레이든이 입을 열었다.
"이하은 연구원."
"예."
"지구는 없어진 행성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없어진 것을 복원하는 데 가니메데의 자원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까. 우리에게는 현재 식수 정제 시설 확충이 더 급합니다."
하은은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총독님,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지구의 기억은 단순한 과거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인간임을 증명하는 마지막 증거입니다."
회의실이 잠시 조용해졌다.
레이든이 자료를 덮었다.
"예산 검토는 하겠습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복도로 나오는 하은에게 태호가 옆에 붙었다.
"잘한 것 같은데."
"검토한다는 건 아니라는 말이야."
"꼭 그렇지도 않잖아."
하은은 건물 밖으로 나왔다. 목성이 아직 떠 있었다. 그 아래에서 하은은 주머니를 뒤졌다. 손에 잡히는 것이 있었다. 아버지가 남겨준 엄지손가락만 한 메모리 칩이었다. 표면에 아버지의 필체로 작게 적혀 있었다.
서울, 봄날.
하은은 그것을 꼭 쥐었다.
꼭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