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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겁의 협객

1화: 붉은 장포의 사내

2026년 3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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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모래바람은 살인적이었다.

낙타도 멈추는 황사 속에서 혈랑은 홀로 걸었다. 붉은 장포 자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눈과 코를 가린 천 너머로 모래 입자들이 파고들었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황사 바람 속에서 사람의 신음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바람이 잦아든 사이 찾아낸 것은 마차 한 대였다. 모래에 반쯤 파묻힌 마차였다. 마부는 이미 절명해 있었다. 바퀴가 부러진 채 기울어진 마차 안에서 기침 소리가 났다.

문을 열었다.

어린 여자아이와 노인이 있었다. 아이는 열이 심하게 났고 노인은 탈수가 심했다. 혈랑은 마차 주위를 한 번 훑었다. 먼저 습격이 있었던 흔적이 있었다. 마부석 근처에 화살이 박혀 있었고 바퀴는 칼로 잘린 것이었다.

노인이 눈을 떴다.

"사람이오?"

"그렇습니다."

"도적들이... 금을 빼앗고 갔소. 아이가 아파서... 의원에게 데려가는 길이었는데."

노인의 목소리가 끊겼다. 혈랑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를 안아 들었다. 마차에서 쓸 만한 것들을 챙겼다. 물, 담요, 음식.

"걸을 수 있겠습니까."

"나는 됩니다. 아이를..."

"아이는 제가 안겠습니다."

혈랑이 말했다.

이틀을 걸었다. 낮에는 태양이 살인적이었고 밤에는 모래가 얼어붙었다. 혈랑은 아이를 장포로 감싸 안고 걸었다. 아이의 열은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노인이 쓰러지면 부축했다.

사흘째 되는 날 오후에 작은 마을이 보였다.

마을 어귀에서 혈랑은 아이를 의원에게 넘겼다. 의원이 아이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가 이내 진맥을 했다.

"고비는 넘길 거요. 사흘만 더 일찍 왔어도 쉬웠을 텐데."

노인이 혈랑의 손을 잡았다. 마른 손이었다.

"이름이 뭐요."

"혈랑입니다."

"성은요."

"없습니다."

노인이 잠시 그를 바라봤다.

"고마워요. 내가 가진 것이 없어서 뭘 드리지도 못하는데."

혈랑은 손을 빼며 일어섰다.

"괜찮습니다."

마을을 나서는데 의원이 따라 나왔다.

"잠깐만요."

혈랑이 멈췄다.

"아이 아버지가 독문에 빚을 진 것 같소. 그게 마음에 걸려서."

독문. 혈랑의 눈빛이 살짝 달라졌다.

"그 아이를 또 노릴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럴 것 같소. 독문은 빚을 꼭 받아내니까. 그 아이 손 좀 봐줄 사람이 없어서 걱정이오."

혈랑은 하늘을 봤다.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그는 원래 동쪽으로 가야 했다. 독문이 있는 방향은 서쪽이었다.

"그 아이가 어느 마을 출신입니까."

의원이 마을 이름을 알려줬다.

혈랑은 뒤를 돌아봤다. 의원이 무슨 말을 들을 것인지 기다리는 눈빛이었다.

"사흘 안에 다녀오겠습니다."

혈랑이 말했다. 그리고 서쪽으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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