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왔다.
강호에서 비는 언제나 무언가의 시작이거나 끝이었다. 오늘 밤 이 비가 어느 쪽인지, 천하제일의 정보상 묵유(墨遊)는 굳이 헤아리려 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찻잔을 닦았다. 정성스럽게, 오래.
그의 찻집 '침향루(沈香樓)'는 강호에서 가장 비밀이 많은 곳이었다. 문파의 밀서가 이곳을 거쳐 갔고, 영웅의 부고가 이곳에서 먼저 울렸으며, 수십 년의 은원이 이 낡은 목조 건물의 들보 아래에서 실처럼 엉켜 있었다. 묵유는 그 모든 것을 보고, 듣고, 기억했다. 그리고 팔았다. 강호에서 그것이 그의 협(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