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날짜는 사월 열사흘이었다.
민준은 그 날짜를 달력에 적어두지 않았다. 적어두면 실제가 될 것 같아서. 하지만 적지 않아도 그날은 어김없이 왔다. 날짜란 그런 것이었다. 잊으려 한다고 오지 않는 법이 없었다.
그는 이틀 전에 혼자 내려왔다. 집을 비워야 했다. 법원에서 보낸 안내문에는 '동산 일체 반출'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민준은 그 말을 처음 읽었을 때 동산이 산을 움직인다는 뜻인 줄 알았다. 어이없게도. 나중에 찾아보니 가구나 살림살이 같은 움직일 수 있는 재산을 뜻하는 말이었다. 움직일 수 있는 것. 집 안에 있는 모든 것은 움직일 수 있었다. 부모님이 삼십 년 동안 모아온 것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