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은 조용히 왔다.
폭발도, 빛도, 하늘이 갈라지는 광경도 없었다. 정유진은 그냥 눈을 떴다. 이마 위로 형광등 불빛이 쏟아졌고, 등 아래로 차가운 바닥이 느껴졌다. 아파트 거실 한가운데 누워 있었다. 분명 침대에서 잠들었는데.
몸을 일으키며 주위를 둘러봤다. 달라진 건 없었다. 소파, 텔레비전, 주방 싱크대 위에 엎어놓은 컵. 전부 그대로였다. 하지만 뭔가가 이상했다. 이상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했다. 세상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열렸다는 것을, 유진은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