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방 앞 복도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마장(魔腸)이라 불리는 던전의 최심층. 살아 있는 자의 폐부를 뒤집어 놓은 것 같은 구조물들이 벽을 이루고, 돌이 아니라 굳은 무언가—짐승의 기관 같기도 하고, 신이 버린 기도 같기도 한—로 이루어진 통로가 끝나는 곳. 철문이 아니라 막(膜)처럼 일렁이는 문이 있었다. 그 앞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한 명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카엘이었다. 이마에 빛으로 새겨진 문장(紋章)이 희미하게 맥박 치고 있었다—신의 사도임을 나타내는 표식. 등에는 성흔 문양이 찍힌 순백의 외투가 걸쳐져 있었지만, 지금은 절반이 찢긴 채 피에 젖어 있었다. 오른팔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검을 쥐고 있었지만 검이 그를 지탱하고 있는 건지, 그가 검을 쥐고 있는 건지 모를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