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가 먹통이 된 건 오후 두 시쯤이었다.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서혜는 시계를 차지 않는다. 시간을 확인하는 방법이 라디오 뿐이었는데, 지직거리는 소리가 몇 번 이어지다 완전히 끊겼을 때, 창밖으로 눈이 허벅지께까지 쌓였다는 건 알고 있었다. 처마 밑 적설량 측정봉에 손을 뻗어 확인하는 것은 매일 아침의 습관이었으므로.
봉평면 외곽의 마을. 주민 열네 명. 서혜가 이 마을에 들어온 건 삼 년 전이었다. 사고가 있기 전에는 서울에서 피아노를 가르쳤다고 주민들은 알고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