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것 같았다.
대련장(對鍊場) 위에 드리운 하늘은 납빛으로 눌려 있었고, 관중석을 가득 메운 강호의 인사들은 저마다 부채를 흔들거나 술을 들이켜며 그 무게를 못 느끼는 척했다. 오 년에 한 번 열리는 천하제일무림대회(天下第一武林大會)의 마지막 날이었다. 결승전 전야제의 흥분이 아직 채 가라앉지 않은 시각, 대련장 한쪽 귀퉁이에 마련된 심판석 옆으로 한 남자가 조용히 걸어 들어왔다.
예순에 가까운 나이였다. 백의(白衣)도 아니고 흑의(黑衣)도 아닌, 빛이 바랜 회색 도포를 걸친 그는 머리를 상투도 틀지 않은 채 느슨하게 묶었고, 손에는 술병 하나만 들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이 자리와 어울리지 않는 차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