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처리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인사팀 담당자는 서류 세 장을 내밀며 서명할 곳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려두었다. 펜을 돌려받으면서 "수고하셨어요"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어딘가 어색하게 공중에 떠 있다가 사라졌다. 민준은 사원증을 반납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1층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이 아주 조금 떨렸지만, 누가 보지는 않았다.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 시간은 오후 다섯 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퇴근하는 셈이었다. 거리는 여전히 퇴근 인파로 붐비기 전이어서, 민준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지 않아도 걸을 수 있었다. 그 여백이 이상하게 허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