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람들은 땅 밑에 용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수백 년이 지난 일이었고, 뼈는 뼈일 뿐이었으며, 그 위에서 보리가 자랐고, 아이들이 뛰어놀았다. 용의 등뼈가 지나가는 자리에는 유난히 흙이 부드러워 노인들이 텃밭을 일구기 좋아했다. 봄마다 달래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것도, 우물이 마르지 않는 것도 그 뼈 덕분이라고 했다. 죽은 것이 산 것을 먹인다. 마을 사람들은 그 말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다.
이한은 그런 마을에서 평생 보리를 심고 거뒀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었고, 특별히 못하는 것도 없는 남자였다. 마흔다섯이 되던 해에 아내가 첫 아이를 낳았고, 이한은 그 아이의 얼굴을 보며 처음으로 자신이 왜 살고 있는지 이해했다. 아이 이름은 서율이었다. 이름을 지어준 것은 이한이었다. 굳이 뜻을 물어보는 사람이 없어서 그는 대답하지 않아도 됐다. 속으로 삼킨 뜻은 이것이었다. 내가 처음 원한 것.
서율은 다섯 살에 열병을 앓았다. 마을 의원이 이마에 손을 얹더니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내는 울었고 이한은 울지 않았다. 우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